공지/소식
'王의 배우' 유동근씨는 왜 절절한 편지를 보내왔나.. 우리가 몰랐던 대중문화예술의 그늘
작성자
kpaec
작성일
2022-04-07 13:16
조회
377
부는 순수예술에만 지원‥· 대중예술인들은 아무것도 없는 ‘유령’처럼
대중예술인들을 위한 기구가 이번에 꼭 만들어지길 소망합니다.
이게 무리한 청(請)일까요
배우 유동근
유동근씨는 연극 포스터를 붙이는 걸로 시작해 45년 가까이 연기 외길을 걸어온 정통 배우다. 세간에는 ‘왕(王)’ 역할에 가장 어울리는 배우로 더 알려져 있다. 태조, 태종, 세조, 연산군, 흥선대원군 등 실제 왕을 비롯한 권력자 배역을 맡았다. 그가 최보식 편집인 앞으로 다음과 같은 글을 보내왔다. (편집자 주)

최 기자님!
저희 인연이 꽤 되었네요. 한창 시절 한 기자와 배우의 만남이 이제는 서리 맞은 머리가 되어서도 인연을 이어가고 있군요. 이런 글을 쓰는 게 조심스럽지만, 용기를 내봅니다.
얼마 전 돌아가신 이어령 선생께서 ''이들은 이거 아니면 딴 거를 못 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던 말씀에 공감을 합니다. 우리네는 이게 좋아서 이걸 합니다.
노래를 좋아하면 노래를, 연기를 좋아하면 연기를, 춤을 좋아하면 춤을, 그저 좋아서 하니 팔자이고 운명인가요? 우리네 원조는 전국 각지를 떠다니며 춤을 추고 연기를 하고 소리를 내고 밥을 주면 그 사당패들은 서로 나눠 먹던 그 옛날의 ‘사당패’가 아니었을까? 저는 그런 생각을 합니다.
이제 세상은 완전히 달라졌어요. 대중예술인들은 드라마, 영화, K-pop 등 대한민국 한류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고, 문화강국으로의 국력을 이끄는 ‘마중물’이 되고 있어요. 대한민국 대중예술인들의 창의적 활동이 세계의 문화 흐름을 바꾸고 있는 중이지요.
대한민국 대중예술인들이 제조업, 관광업 엔터테인먼트 사업 등 직간접으로 기여하는 경제적 부가가치가 10조 원을 넘어서고 있다고 한 경제연구소는 발표했어요. 요즘 한류의 주역인 BTS의 경제적 가치는 6조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었지요.
하지만 그 화려함 속에. 사람들이 보지 않으려는 ‘그늘’이 있습니다. 저는 한국방송예술인총연합회 살림을 맡아오면서, 애잔한 모습의 배우들을 많이 접하곤 했지요. 쿠팡에서 알바를 하는 배우! 대리 운전을 하는 배우! 편의점 알바 등등.. 또 예술교육원을 운영하면서 학생들의 사정과 젊은 예술인들의 형형색색 고민을 들어요.
젊은 날의 저는 명동 한복판에서 표를 팔고 포스터를 붙이러 다니고 그러다 경범죄에 걸려 구류 일주일! 열흘! 그런 세월이 있었지요. 그러나 지금의 학생들에게 ‘너희는 국가 예산으로 교육을 받으니 얼마나 다행이고 행복한가’라고 하기엔 자신이 없네요.
대중예술의 꿈을 가진 젊은이들은 해마다 3천 명씩 학교를 나와 사회로 들어옵니다. 이들의 사회 진출은 곧장 어려운 현실과 맞딱뜨리죠. 재능 패기 열정만으로는 해결이 안 돼죠. 저는 교육 현장에서 생계 문제로 인한 이들의 좌절을 목격하고 있으니까요.
우리 대중예술인들은 나서서 이런 문제를 떠들지 못 합니다. 왜냐고요? 너희는 먹고 살잖아! 너희 출연료가 세잖아! 행사도 뛰잖아! 그런 인식이 있겠죠.
하지만 화려한 조명을 받거나, TV에 나오는 톱스타와 몇몇 대중예술인들을 빼면 거의 모두가 ‘일용직’에 가깝습니다. 다들 불안정한 삶을 살고 있어요. 대략 통계로 대중예술인 80%는 활동할 무대를 잃었거나, 최저 시급 이하의 소득으로 생활하고 있어요.
이는 정부가 문화콘텐츠의 산업적인 지원만 하고, 대중예술인들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지요.
오늘날 ‘한류’ 열풍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부단히 노력해온 선배 세대의 공이 큽니다. 한 시절 국민을 위안해줬던 이들을 방치하지 말고 신경 써줘야 할 때가 됐습니다. 하지만 사회복지제도의 울타리에서 밀려나 의료보험도 안 되는 이런 분들! 이런 분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대중문화산업을 이룰 수 있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또 이분들이 뿌려놓은 대중문화를 세계적인 한류로 지평을 넓힌 젊은 대중예술인들에 대한 지원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들이 좌절하고포기하지 않게 해줘야 합니다. 이런 젊은이들 속에서 또 다른 BTS가 있으니까요.
대중예술은 약 10조원의 문화산업을 일으켰으나, 그 주체인 대중예술인들에게는 전혀 손을 내밀지 않습니다.
BTS로 인해 정수기가 세계시장에 팔리고 있다고 들었어요. 헐리우드의 영화배우 한 명이 국가 브랜드를 알리는 세상입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순수예술에만 지원해왔습니다. 왜 대중문화예술은 안 끼어주나요.
문화예술위원회는 순수예술, 미술, 문인 등 단체지원과 개인 지원을 합니다. 문화예술위원회는 1.200억원~1.500억원, 한국콘텐츠진흥원은 5.500억원, 한국영화진흥위원회는 1.200억원의 예산을 쓴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대중예술인들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유령’처럼 대합니다. 대중문화를 하는 사람들도 인정해줘야 하지 않나요.
단언컨대 저는 대통령직인수위가 이런 대중예술의 현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고 봅니다. 저는 ‘대중문화예술진흥원’이든 ‘대중문화예술위원회’이든, 대중예술인들을 위한 기구가 이번에 꼭 만들어지길 소망합니다. 이게 무리한 청(請)일까요.
다 쓰고 나니 행여 오해가 생기지 않을지, 여러 가지 조심스러운 마음입니다.
기사출처 : https://www.bosik.kr/news/articleView.html?idxno=6282
단언컨대 저는 대통령직인수위가 이런 대중예술의 현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고 봅니다.
저는 ‘대중문화예술진흥원’이든 ‘대중문화예술위원회’이든,대중예술인들을 위한 기구가 이번에 꼭 만들어지길 소망합니다.
이게 무리한 청(請)일까요
배우 유동근
유동근씨는 연극 포스터를 붙이는 걸로 시작해 45년 가까이 연기 외길을 걸어온 정통 배우다. 세간에는 ‘왕(王)’ 역할에 가장 어울리는 배우로 더 알려져 있다. 태조, 태종, 세조, 연산군, 흥선대원군 등 실제 왕을 비롯한 권력자 배역을 맡았다. 그가 최보식 편집인 앞으로 다음과 같은 글을 보내왔다. (편집자 주)

드라마 '정도전'의 한장면 / KBS DRAMA YOUTUBE
최 기자님!
저희 인연이 꽤 되었네요. 한창 시절 한 기자와 배우의 만남이 이제는 서리 맞은 머리가 되어서도 인연을 이어가고 있군요. 이런 글을 쓰는 게 조심스럽지만, 용기를 내봅니다.
얼마 전 돌아가신 이어령 선생께서 ''이들은 이거 아니면 딴 거를 못 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던 말씀에 공감을 합니다. 우리네는 이게 좋아서 이걸 합니다.
노래를 좋아하면 노래를, 연기를 좋아하면 연기를, 춤을 좋아하면 춤을, 그저 좋아서 하니 팔자이고 운명인가요? 우리네 원조는 전국 각지를 떠다니며 춤을 추고 연기를 하고 소리를 내고 밥을 주면 그 사당패들은 서로 나눠 먹던 그 옛날의 ‘사당패’가 아니었을까? 저는 그런 생각을 합니다.
이제 세상은 완전히 달라졌어요. 대중예술인들은 드라마, 영화, K-pop 등 대한민국 한류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고, 문화강국으로의 국력을 이끄는 ‘마중물’이 되고 있어요. 대한민국 대중예술인들의 창의적 활동이 세계의 문화 흐름을 바꾸고 있는 중이지요.
대한민국 대중예술인들이 제조업, 관광업 엔터테인먼트 사업 등 직간접으로 기여하는 경제적 부가가치가 10조 원을 넘어서고 있다고 한 경제연구소는 발표했어요. 요즘 한류의 주역인 BTS의 경제적 가치는 6조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었지요.
하지만 그 화려함 속에. 사람들이 보지 않으려는 ‘그늘’이 있습니다. 저는 한국방송예술인총연합회 살림을 맡아오면서, 애잔한 모습의 배우들을 많이 접하곤 했지요. 쿠팡에서 알바를 하는 배우! 대리 운전을 하는 배우! 편의점 알바 등등.. 또 예술교육원을 운영하면서 학생들의 사정과 젊은 예술인들의 형형색색 고민을 들어요.
젊은 날의 저는 명동 한복판에서 표를 팔고 포스터를 붙이러 다니고 그러다 경범죄에 걸려 구류 일주일! 열흘! 그런 세월이 있었지요. 그러나 지금의 학생들에게 ‘너희는 국가 예산으로 교육을 받으니 얼마나 다행이고 행복한가’라고 하기엔 자신이 없네요.
대중예술의 꿈을 가진 젊은이들은 해마다 3천 명씩 학교를 나와 사회로 들어옵니다. 이들의 사회 진출은 곧장 어려운 현실과 맞딱뜨리죠. 재능 패기 열정만으로는 해결이 안 돼죠. 저는 교육 현장에서 생계 문제로 인한 이들의 좌절을 목격하고 있으니까요.
우리 대중예술인들은 나서서 이런 문제를 떠들지 못 합니다. 왜냐고요? 너희는 먹고 살잖아! 너희 출연료가 세잖아! 행사도 뛰잖아! 그런 인식이 있겠죠.
하지만 화려한 조명을 받거나, TV에 나오는 톱스타와 몇몇 대중예술인들을 빼면 거의 모두가 ‘일용직’에 가깝습니다. 다들 불안정한 삶을 살고 있어요. 대략 통계로 대중예술인 80%는 활동할 무대를 잃었거나, 최저 시급 이하의 소득으로 생활하고 있어요.
이는 정부가 문화콘텐츠의 산업적인 지원만 하고, 대중예술인들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지요.
오늘날 ‘한류’ 열풍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부단히 노력해온 선배 세대의 공이 큽니다. 한 시절 국민을 위안해줬던 이들을 방치하지 말고 신경 써줘야 할 때가 됐습니다. 하지만 사회복지제도의 울타리에서 밀려나 의료보험도 안 되는 이런 분들! 이런 분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대중문화산업을 이룰 수 있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또 이분들이 뿌려놓은 대중문화를 세계적인 한류로 지평을 넓힌 젊은 대중예술인들에 대한 지원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들이 좌절하고포기하지 않게 해줘야 합니다. 이런 젊은이들 속에서 또 다른 BTS가 있으니까요.
대중예술은 약 10조원의 문화산업을 일으켰으나, 그 주체인 대중예술인들에게는 전혀 손을 내밀지 않습니다.
BTS로 인해 정수기가 세계시장에 팔리고 있다고 들었어요. 헐리우드의 영화배우 한 명이 국가 브랜드를 알리는 세상입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순수예술에만 지원해왔습니다. 왜 대중문화예술은 안 끼어주나요.
문화예술위원회는 순수예술, 미술, 문인 등 단체지원과 개인 지원을 합니다. 문화예술위원회는 1.200억원~1.500억원, 한국콘텐츠진흥원은 5.500억원, 한국영화진흥위원회는 1.200억원의 예산을 쓴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대중예술인들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유령’처럼 대합니다. 대중문화를 하는 사람들도 인정해줘야 하지 않나요.
단언컨대 저는 대통령직인수위가 이런 대중예술의 현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고 봅니다. 저는 ‘대중문화예술진흥원’이든 ‘대중문화예술위원회’이든, 대중예술인들을 위한 기구가 이번에 꼭 만들어지길 소망합니다. 이게 무리한 청(請)일까요.
다 쓰고 나니 행여 오해가 생기지 않을지, 여러 가지 조심스러운 마음입니다.
기사출처 : https://www.bosik.kr/news/articleView.html?idxno=6282